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거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75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가 막을 내리고, 2조 원 규모의 공개매수라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내부의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세계적 비철금속 기업의 위상
고려아연은 1974년 설립된 이래 비철금속 재련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온산 제련소는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아연 생산량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10조 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으로, 연간 1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알짜 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성공은 장씨와 최씨 두 가문의 협력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1949년 영풍그룹을 공동 창업한 이래, 두 가문은 75년간 긴밀한 동업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협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업 관계의 균열 3세대 경영과 독자 노선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오랜 동업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최윤범 회장이 3세대 경영인으로 승진하면서 고려아연은 독자 노선을 선언했습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이에 따라 배당 정책도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영풍그룹 측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영풍은 그동안 고려아연의 높은 배당에 의존해 왔는데, 이러한 변화는 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분 구조의 변화와 경영권 다툼의 시작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양측은 지분 확보에 나섰습니다. 고려아연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자사주 매각을 통해 외부 기업들의 지분을 늘렸습니다. 한화그룹, LG그룹, 현대기아차 등이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지분 구도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영풍그룹)의 지분이 각각 33% 수준으로 비슷해졌고, 외부 기업들의 지분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MBK파트너스의 등장과 2조 원대 공개매수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2023년 9월 13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 6.98~14%를 공개매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주당 66만 원, 총 2조 원 규모의 매수 제안은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 및 장씨 일가와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체결하고, MBK파트너스가 장씨 일가보다 한 주라도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실상 고려아연의 경영권 탈환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최윤범 회장의 대응 “온 힘을 다해 막겠다”
이에 대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온 힘을 다해 공개매수를 막겠다”는 선언은 사실상 전쟁 선포나 다름없었습니다. 최 회장은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언급해, 새로운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섰음을 시사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측의 대응 전략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나 국내 대기업과의 연대 가능성, 또는 자체적인 지분 매입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주가 급등과 투자자들의 관심 집중
이러한 경영권 분쟁 소식에 고려아연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가격인 66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 73만 원대까지 올랐습니다. 평소 움직임이 적었던 고려아연 주식이 하루 만에 20% 넘게 상승한 것입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특히 영풍정밀의 주가가 급등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1.85%)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별도로 공개매수를 제안한 것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반응
이번 사태는 경제계를 넘어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고려아연의 주력 공장이 있는 울산시는 “약탈적 인수합병”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주식 매수 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국가 기간산업의 소유권 문제,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사례와의 유사성
이번 고려아연 사태는 2023년 초 있었던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당시 SM의 창업주 이수만 전 대표와 경영진, 그리고 하이브와 카카오 간의 삼파전이 벌어졌었습니다.
SM 사태에서도 외부 자본 유치, 공개매수, 주가 급등 등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SM의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이후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고려아연 사태 역시 SM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각 당사자들이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주 가치와 기업의 장기적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영권 전쟁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기간은 10월 4일까지로, 앞으로 2주 동안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최윤범 회장 측이 어떤 대응 카드를 내놓을지, 그리고 그에 따라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또한 현대차, LG 등 주요 주주들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의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의 미래 뿐만 아니라 한국 재계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안정적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고려아연 사태
고려아연을 둘러싼 이번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기업 내부의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75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의 해체, 2조 원대의 대규모 공개매수, 그리고 국가 기간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사태의 결과에 따라 대기업 지배구조, 외국 자본의 역할, 주주 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간의 균형 등 한국 경제의 핵심 이슈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부,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의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앞으로 2주간 펼쳐질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의 향방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의 극대화와 함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다각도의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고려아연이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